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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 사이트 사랑학

웹 사이트를 보면 그 사이트를 기획한 사람의 사랑에 대한 관점을 추론할 수 있다. 작게 출발한 웹 사이트일수록 기획자의 사랑의 관점이 더욱 뚜렷이 드러난다. 대표적인 예제가 "아이러브스쿨"이다.

이 사이트를 만들었던 김영삼씨(사장)는 동창들을 만날 수 있는 공간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아주 단순한 욕구를 웹 서비스로 구현했고 자신이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큰 욕구를 만족시켰다. 그리고 최근에 만들었던 아파트 커뮤니티에서 그의 사랑에 대한 관점은 재증명된다. 아마도 그는 보수적이며 고전적인 사랑을 지향할 것이다. 사랑에 대해 리버럴하기보다는 가부장적인 사랑의 완결을 추구할 것이다. 그에게 있어서 사랑은 서로 다른 욕구의 만족이기 보다는 하나의 완결된 결정체 즉 '가족 공동체'를 만드는 목적 의식이 강할 것이다. 아마도 그는 사랑의 다양성보다는 사랑의 지향점에 대해 훨씬 관심이 많을 것이다. 그리고 앞으로 서비스를 기획하더라도 그런 관점이 강하게 작용할 것이다.

싸이월드를 기획했던 사람 중 한 명이며 현재 SK커뮤니케이션즈(네이트)의 상무이사인 이동형씨는 김영삼씨와 비교하여 보다 리버럴한 사랑에 대한 관점을 견지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동형씨는 카이스트(KAIST) 테크노경영대학원 수료 과정에서 싸이월드 서비스를 기획했다고 알려져 있는데 때문에 싸이월드는 여러 사람의 사랑에 대한 의지가 혼재되어 있다. 하지만 서로 다른 의지를 이동형씨가 수용했기 때문에 싸이월드가 만들어졌다고 본다면 그의 사랑에 대한 관점은 김영삼씨의 그것보다는 좀 더 유연하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동형씨가 싸이월드를 기획했을 때는 지금처럼 미니홈피가 개인의 로그를 쌓고 친교에 집중하는 게 아니라 인맥 서비스를 목표로 기획되었다. 그 과정에서 사용자들의 반응에 따라 서비스의 기본 틀이 변경되었는데 이것을 수용했다는 측면에서 그의 사랑에 대한 관점은 상황에 따라 변화할 수 있으며 사랑의 뚜렷한 목적 의식이 결여되었다고 볼 수 있다. 뚜렷한 목적의식은 불같은 사랑을 가능하게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소울메이트(soul mate)에 대한 환상을 갖게 한다. 너무나 구체적인 목적이 있는 사랑은 특별한 사랑을 찾게 되고 그것 이외의 것에 관심이 없어진다. 기회를 상실하는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이동형씨가 싸이월드를 기획하고 경영하며 최초의 목적을 수정하고 또한 회사의 경영권을 SK커뮤니케이션즈에 넘기는 과정에서 발견되는 사랑의 코드는 '변화'다. 사랑을 계속 할 수 있다면 일정 수준의 관계 변화는 충분히 수용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아마도 그는 '진정한 사랑'에 대한 고민에 큰 가치를 부여하지 않을 것이다. 왜냐면 그는 직각으로 떨어지는 깊이의 사랑보다는 유연하게 파동하는 너울과 같은 사랑을 지향할 것이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급거 귀국하여 한메일이라는 이메일 서비스를 만들었던 다음 이재웅씨(사장)의 사랑에 대한 관점은 어떨까? 그의 웹 서비스에 대한 철학은 '인프라스트럭처(infrastructure)'라는 영단어로 정의할 수 있다. 그가 특별한 사용자나 욕구를 위한 웹 사이트가 아닌 모든 욕구를 만족시키는 '포탈'인 다음을 창립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 추론할 수 있다. 그가 지향하는 사랑은 개인적이기 보다는 집단적이고, 공감대의 형성에 매력을 느끼는 것 같다. 즉 그 자신(개인)이 행복하기 위한 사랑보다는 보다 많은 사람들이 행복해하는 사랑의 구조를 만들고 싶어 한다. 그는 정육면체의 큐브에 대한 믿음이 있을 것이다. 각 면마다 다른 색깔이 존재하고 한 면을 맞추면 다른 면은 불균형한 상태가 되어 버리는 큐브가 그의 사랑에 대한 코드다. 그는 큐브가 어떤 규칙에 의해 결국 6면이 자신의 색깔을 찾게 될 것을 알고 있다. 그 규칙을 만들고 알려주는 것에서 큰 행복을 느끼며 그것을 사랑이라고 믿고 있는 것 같다. 아마도 그는 여전히 그 규칙에 대한 믿음을 갖고 있을 것이며 그것이 웹 사이트에도 그대로 구현이 되고 있다. 다음은 국내 포탈 가운데 웹 표준화에 가장 관심이 많은 회사라고 볼 수 있다. 윤석찬씨와 같은 표준화에 관심이 많은 개발자를 R&D 센터장으로 세우고 있는 이유도 그의 의지를 반영한다고 볼 수 있다. 이재웅씨의 사랑에 대한 관점은 의미에 대한 집착과 소울 메이트에 대한 믿음으로 정리된다. 포탈 웹 사이트와 같은 복잡하고 방대한 주제에 관심을 갖는 사람은 사랑에 대해 다면적인 성향이 강하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그런 복잡성이 일정한 규칙 속에 있다고 믿기 때문에 대개의 사람보다 훨씬 더 의미성과 환상적인 관계에 대해 집착한다.

어떤 웹 사이트든 반드시 그것을 운영하는 사람의 의지가 반영된다. 그 의지 중 하나가 '사랑'이다. 사랑은 모든 감정의 기초가 된다. 어떤 웹 사이트를 바라보며 그것을 만든 사람의 사랑이 어떤 것인가 읽는 것은 그 사이트의 미래를 보는 것이다. 어떤 사랑은 종국엔 그것이 파멸될 것을 예견하면서 계속되기도 한다. 어떤 사랑은 믿음에 의해 시작되지만 관계에 의해 유지되기도 한다. 또한 어떤 사랑은 종속적이고 어떤 사랑은 자유롭다. 많은 사람들이 마치 웹 사이트나 웹 서비스가 비지니스에 의해서만 돌아갈 것이라고 착각한다. 어떤 가정은 가부장적 질서에 의해 돌아가지만 그보다 훨씬 많은 가정이 그들만의 논리와 규칙에 의해 돌아간다. 웹 사이트도 다를 바 없다. 그 웹 사이트를 만든 사람이 사랑에 대해 어떤 관점을 가졌느냐에 따라 서비스의 형태가 달라지고 사용자 응대 방법도 달라진다. 어떤 의미에서 지금 가장 인기있는 웹 사이트는 현재 우리들이 추구하는 사랑의 형태, 형식, 내용을 반영한다고 볼 수 있다.

8월 말, 이 글을 내가 운영 중인 다른 블로그에 올렸을 때 다양한 사용자의 반응이 있었다. 특히 위에 언급된 3 명의 사장 혹은 그 회사에 근무했던 사람들이 나름의 반론 혹은 공감을 표시했다. 나는 몇몇 사이트를 예로 들며 그 사이트를 통해 표현되는 사랑의 형태를 이야기했다. 실제로 그 사장들의 사랑관은 내가 이야기한 것과 전혀 다를 수 있다. 하지만 크게 상관이 없다. 왜냐면 어떤 웹 사이트든 그 사람 하나만의 사랑이 표출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내가 이렇게 이해한다면 다른 사람은 또 다르게 이해할 수 있다. 왜냐면 사랑은 하나로 정의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출처 : 아스피린 하우스(http://www.zdnet.co.kr/microsite/aspirin/talk/0,39033030,39139985,00.htm)